한해의 계책으로 곡식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다. 십년의 계책으로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것도 없다. 평생의 계책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한 것은 더더욱 없다. 하나를 심어 하나를 얻는 것은 곡식이요, 하나를 심어 열을 얻는 것은 나무이며 하나를 심어 백을 얻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관자 ‘권수’(權修)에 있는 말이다.
사람을 심는다는 말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뜻이다. 인간사 가운데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의의를 달 사람은 없다. 모든 일은 추구하는 목표가 클수록 그 기간도 길게 마련이다. 곡식이나 나무를 심어놓고 자주 흔들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우는 일 즉 보육업무도 근시안적이거나 자주 변동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보육업무가 흔들리는것은 위험하다.
대한민국의 보육정책이 너무 변덕스럽다. 2001년 지난 정부 때 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43명이 발의한 유아교육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가 보류된 가운데 또 다시 새로운 유아교육법안을 제정 발의해 놓고 있다. 이판에 보육업무 이관문제를 놓고 정부 부처끼리도 왈가왈부 하고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듭되는 현상이다. 이런저런 이유는 물론 따라다닌다. DJ정부 당시 보육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통·폐합한다는 유아교육법안은 보건복지부와 보육업무 관계자들의 반대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그런데 2003년 4월 국회의원 46명이 또 다른 유아교육법안을 발의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내용이 영유아보육법과 배치됨으로서 혼란을 감당해야 하는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유아교육법안의 경우 어린이집을 교육부로 통·폐합 하면서 유치원과 함께 유아학교로 명칭을 바꾸는 조건이었다. 이같은 정부 방침이나 새로운 유아교육법안은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반대가 거셌다. 따라서 지금까지 국회에서 보류된 상태로 묶여있다. 명분 때문인지 힘의 논리에 밀렸는지는 모를 일이다.
지난 정부때 발의한 유아교육법안이 보류된 상태에서 또 다시 새로운 법안을 제정 발의한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DJ정부 당시보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발의된 새로운 유아교육법안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설득 시킬수 있는 논리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유치원 관계자들의 이론이 존중되는 전제다.
이처럼 혼란스런 분위기 속에 노무현대통령이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라고 지시’함으로서 기름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됐다. 그런데 주무부서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예 알겠습니다”였고 여성부도 “좋습니다”라고 했다.
이게 문제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충실히 따르는 ‘예스맨’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아니올시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육업무는 정부나 국회가 반발 분위기를 조장한 셈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린이집 문을 닫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아이들만 길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됐다. 이쯤 되면 유아교육법안을 제정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무엇보다 보육업무를 충분히 파악 하는게 급선무다. 동시에 유아교육법안을 제정 발의한 뚜렷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평생의 계책인 사람 심는 일의 근본인 보육업무 이관 문제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차제에 참여정부는 물론 국회가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치고 이해당사자들의 공청회등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장. 차관을 포함한 보육업무 관계자나 유치원 관련자들 모두가 수요자 즉 어린이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자칫 정부나 국회가 어린이집과 유치원간에 밥그릇 싸움을 조장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