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대신이 역모를 계획하고 있었다. 어느 날 조정회의가 끝났을 때도 그는 여전히 역모를 도모하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지팡이를 거꾸로 짚고 지팡이 끝에 자신의 턱이 찔려 피가 흐르는데도 이를 모르고 있었다. 자기 턱이 찔린 줄도 모를 정도라면 얼마나 역모에 집착하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으면 눈앞에 구덩이가 있어도 보이지 않는다. 바로 눈앞에 나무기둥이 있어도 알지 못한다.
우리사회에 이같은 집착증세가 만연하고 있다. 신당창당 집착증세가 심각하다. NEIS 문제를 놓고도 교육부와 전교조가 집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목적 때문이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까지도 대통령의 공식행사장 가는길을 막으면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어거지를 쓰고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 각 분야마다 심각한 집착증세를 보이고 있다. 신당창당과 관련해 대통령 측근이 ‘인적청산대상자 5인방’을 발설하자 당내 일부 신중론자들은 “신당창당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신당창당 의지가 강해서 인적 청산 대상자로 구주류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목적 달성 의지가 집착된 상태여서 그렇다”고 충고했다. “유연함이 없이 서두르면 위험한 지경에 봉착한다”는 경고도 했다. 당사자도 “기자들의 유도심문에 넘어갔다”고 실토했다. 특정인물 청산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셈이다.
이 보다더 심각한 집착 증세를 보이는 조직이 있다. NEIS 문제를 둘러사고 교육부와 전교조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다. 자연 교육현장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입시험이 코앞에 다가왔다. 1학기 수시 모집 시기다. 학생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와중에 한총련 대학생들의 집착증세도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조직이 버젓이 불법시위를 벌이면서 대통령 가는길을 막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국기를 뒤흔드는 행동이다. 이로인해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30분이나 지각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신당 창당도 그렇고 NEIS시행문제도 그렇다. 한총련 시위도 마찬가지다. 집착증세 때문이다.
-집착은 비극의 씨앗-
손을 벽에만 대고 있으면 그 손으로 다른 것을 잡을 수 없는 줄도 모르는 것 같다. 바위에만 시선을 두고 있으면 흘러가는 구름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들 같다. 발을 한곳에만 두고 있으면 산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하나만 옳다고 단정하면 다른 것은 모두 그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가지만 잡으라고 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만 보라고 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곳에만 서라고 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도 이와 같아서 하나만 생각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옳지만 저것도 옳을 수 있다. 지금은 옳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를 수도 있다. 집착은 무섭다. 집착은 우리를 눈멀게 한다. 편향된 집착은 위험하다. 조직을 흔들리게 할 수도 있고 사회를 멍들게 할수도 있다. 심하면 나라를 망치게 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을 마구잡이 대하는 나라. 어제의 동지끼리 물고 뜯고 장관과 소속집단이 으르렁거리는 분위기. 대한민국은 슬픈 나라다. 모두가 집착 때문에 빚어지는 비극일 뿐이다.
한 국 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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