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그것이 상당 수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역대 정권들이 말만 앞세우면서 끝내 이뤄내지 못한 일을 참여정부가 ‘국정최대의 현안’으로 삼아 단호한 결의를 다지며 “지방분권은 세계적 추세이며, 국가발전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실현가능성은 있어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권한을 받을 자세’이다. 논둑이 부실한 논에 물을 댈 수는 없는 일이다. 척박한 자갈밭에 씨앗을 뿌려봐야 헛된 수고만 하게 될 것이다. 그렇잖아도 ‘중앙’에서는 “분권은 해야 하지만 받을...
이순(耳順)을 바라보던 퇴계가 약관 스물 셋의 율곡을 만났다. 율곡이 혼례를 치르고 처가인 성주에 머물다 강릉 외가로 가는 도중에 퇴계를 찾아 이틀 밤을 묵었다. 성리학의 양대 산맥이었고 조선을 풍미했던 거인들의 만남이었으니 고담준론(高談峻論)이 오고 갔을 터이다. 후일 율곡의 재능에 감탄하여 퇴계는 문인 조목에게 보낸 편지에서 ‘과연 후생이 두렵다’란 말을 남기고 있다. 성리학은 이(理)와 기(氣)를 범주개념으로 설정하여 우주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와 기에는 두 가지 상호원칙이 있으니 불상리(不相離)와 불상...
며칠 전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필요한 물건 몇 가지를 골라 계산을 치르기 위해 카운터로 갔는데 이미 서너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던 터라 그들의 계산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제법 많은 물건을 사는지 비닐 팩 세개에다 나누어 담는 통에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내 앞의 마지막 한 사람이 계산을 치르고 있을 즈음 컵라면 몇 개를 든 젊은이 하나와 양념봉지를 든 주부가 계산대로 다가왔다. 이제 내 앞에 있던 사람의 계산이 끝나고 차례가 되어 점원 앞으로 다가서려는 찰라, 갑자기 내 옆에 있던 젊...
동해안 각 해수욕장이 개장하고 피서객을 맞기 시작했다. 장마도 끝나고 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찾게 될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오물이 바닷가에 나뒹굴고 있다. 해마다 피서철이 끝나면 해수욕장 주변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은 ‘나 하나는 괜찮겠지’ 하고 남몰래 버리거나, 심지어 쓰레기를 모래 속에 묻어두기 때문이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환경과 바다가 오염되고 어민들의 소득원인 수산자원이 줄어든다. 피서지는 나 혼자가 아닌 많은 ...
날씨가 더워지면서 차안의 건조한 에어컨 냄새 때문에 으레 차를 타면 창문을 열게 된다. 그런데 신호대기 중 창을 열고 있으면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그냥 버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또 차를 운행하면서 담뱃재를 무심코 털지만 바람을 타고 뒷차까지 담뱃재가 날릴 때 뒷차 운전자는 매우 불쾌하다. 뿐만아니라 앞차에서 소리를 내면서 가래침을 뱉을때도 뒷차 운전자는 혹시나 가래가 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 운전자들의 습관적 침 뱉기와 신호대기시 담배꽁초를 털고 버리는 행위는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적절한 훈...
우리사회서 언제부턴가 ‘386세대’ ‘475세대’등 숫자로 표시하는 세대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숫자세대’의 원조는 ‘386세대’일듯 싶다. 386세대는 30대 나이에,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을 일컫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세대는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얼룩진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20대를 보내면서 저항의식이 몸에 배었고 자기들끼리 동료 의식이 강하다. 475세대는 386세대보다 10년위인 40대 나이, 70년대 학번, 50년대 출생 세대다. 이들은 70대·50대 선배들에 이어 산업역군으로 잘 사는 나라를 만...
경북지방경찰청이 지난 16일 교통사고를 허위로 조작해 거액의 보험금을 상습적으로 타내온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S병원 의사 박모씨 등 교통사고보험사기단 일당 17명을 검거했다. 의사와 병원사무장, 구급차 기사, 정비공장 직원까지 망라돼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지수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반증하고도 남는다. 이들 사기브로커들은 지난 2000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7개 보험사로부터 무려 1억4천여만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냈다고 하는데, 고의로 옹벽 등을 들이받고 추돌사고를 내 교통사고로 위장했는가 하...
우리나라는 퍽 독특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 술잔 돌리는 것을 마치 인정을 주고받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음주관습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강요하거나 강요받는 일이 없이 스스로 알아서 마신다. 음주문화가 우리와 비슷한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술잔을 돌리는 일은 없고, 남의 잔이 비었을 때 채워주는 情만 보인다. 우리도 한때는 술잔 안돌리기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B형간염이 술잔을 통해 감염된다 해서였다. 그후 B형간염이 완전 퇴치됐다는 발표가 있자 다시 술잔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결코 좋은 음주문화가 아니다. 술잔을...
문화재라함은 보존가치가 있는 유형, 무형의 문화자산을 말한다. 요즈음에 들어서 재보, 재산의 의미가 강한 ‘재’ 대신, 선조가 남기고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법에 규정된 명문으로는 여전히 문화재이다. 관련법도 문화재보호법이고, 그 종류를 명시할 때도 유형, 무형 문화재이다. 문화재의 가치는 재물적, 경제적 잣대로만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기관에서 이를 부채질하는 예가 있다. KBS 국영방송에서 진행하는 ‘진품명품’ 프로가 바로 그것이다. 감정 의뢰된 서화, 도자,...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어제 발표한 중·고등학생의 인터넷 중독 실태는 충격적이다. 조사대상의 41%가 중독증세를 보였고, 이 가운데 3%가량은 중증이라고 한다. 또 중독증상이 심할수록 건강도 나쁘고, 학업성적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의 자리에 오른 것은 자랑스런 일이나 그 뒷면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인터넷 중독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지나친 인터넷 몰입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인기피증이나 자폐증, 강박관념 같은 증세를 보이기도 ...
요즈음은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도로 공사를 많이하고 있어서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불편하기 짝이없다. 넓은 도로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나머지 차 선으로 다니면 되지만 일방 통행길로 들어가면 정말 문제다. 그럴때는 하는수없이 역방향으로 들어갈수밖에 없는데, 앞에서 차가 오지않으면 다행인데 차가오면 뒤로 후진을 해야하는 등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스공사에서 끝났는가 싶으면 수도공사에서 또 도로를 뜯어서 공사를 벌이고 다음은 전화공사, 하수도공사 등 무슨 공사인지 다 알수는 없지만 장마철엔 더욱더 오래가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
포항시 연일읍 택전리에 고사한 회나무가 기울어져 나무 근처를 지나는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부러져 식당 지붕위로 떨어지는 등 자칫 인명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인도정부는 1961년 ‘결혼지참금 금지법’을 제정했다. 처녀가 시집갈 때 가져가야하는 지참금 때문에 연간 7천명가량의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그 ‘국제적 수치’를 면해보려 함이다. 그러나 이 법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과도한 지참금을 요구하는 시집식구들을 재판소에 보낼 수는 있지만,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한 10년 걸리는 것이 인도 법정의 특성이니, 고발해봐야 얻는 것이 없다. 2001년 결혼 5년째 되는 한 주부가 부엌에서 불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석유난로 폭발’ 때문이라 했지만, 시신은 앞...
안동시민은 물론이고 온경북도민의 기대와 찬사를 한몸에 받으면서 등장했던 안동월영교에, 그것도 개통한지 불과 2개월여만에 통행금지 바리케이드가 쳐졌다는 것은 한마디로 충격이다. 관광안동, 관광경북의 명물이 탄생했다고 모두가 좋아했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하루 밤 사이에 부실투성이 다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안동호의 보조댐을 가로지르며 놓여진 장장 387m짜리 국내 최대의 목조교량, 월영교가 세계적 명물로 뻗어가려던 야심찬 꿈을 꽃피우기도 전에 오명부터 얻고 만 것이다. 다리 중간 부분에 있는 팔각정이 5도정도나 기울어져 있다는 ...
얼마전 정장식 포항시장이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포스코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포스코가 창사 3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제철역사관을 개관하면서 그 기념식에서 포항지역 각계각층 지도급 인사들을 완전히 배제시켰다. 이것은 단순히 ‘소외시킨’ 정도가 아니라 ‘모욕을 주는’ 행위로서 지도층 인사들뿐 아니라 포항시민 모두가 유감으로 여겼다. 鄭포항시장은 言行이 신중한 자치단체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말과 행동이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신중해서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행정...
현대는‘정치의 시대’또는‘정치화의 시대’라고 불리고있다. 이는 인간생활의 일체가 정치와 같이 결부되어짐으로써 인간생활의 행복과 불행이 곧 정치의 선악에 의해서 결정적으로 또는 크게 좌우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폴리스의 행복’이라고 했다. 정치학자들은 역사의 상황을 달리함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에 대한 다른 인식을 가져왔다. 정치관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자면 하나는 문제해결적 정치관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야기적 정치관이다. 문제해결적 정치란 정치를 선한 것으로 보려는 이상주...
차를 몰고 흥해에서 포항 방면으로 가는 도중 2차선 국도의 바깥 차로에서 운행하던 청소차가 갑자기 앞을 뛰어들어 무척 당황한 적이 있다. 자세히 보니 청소차 기사가 팔로 끼어들기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마 차선을 바꾸기 이전부터 수신호를 했는데 청소차 운전석의 위치가 높아 미처 운전자의 수신호를 확인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잠시 “왜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지 않고 굳이 힘들게 수신호를 할까?”하고 생각하다 문득 청소차 후미의 등이란 등은 깡그리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단순한 파손에 의한 일시적인 손상이 아니었다...
며칠 전 대구에 사는 친구가 오어사를 보고 싶다고 놀러왔길래 함께 갔다. 한참을 이리저리 구경하다 마루에 걸터앉아 얘기를 나누는데 택시 한 대가 절마당으로 들어와 멈추었다. “절에 웬 택시야”나뿐 아니라 절을 찾은 주위 몇몇 사람이 똑같은 말을 했다. 혹시나 잘못알고 들어왔나 생각하고 일어서려는데 종무소에서 여자분이 나오더니 “아저씨 준비될 동안 뒤에 구경 좀 하고 오세요”하면서 개울쪽을 가리켰다. 예부터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절 입구에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들어오라는 하마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임금도 ...
한국의 인기 인터넷 게임인 ‘라그나로크’가 태국에서 15일밤부터 정부의 철야 게임금지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게임들을 인터넷에 연결시켜주는 서버 회사의 대리자들은 밤10시부터 아침6시까지 게임 연결을 폐쇄하라고 명령한 정보통신기술부의 요청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게임때문에 일어나는 불상사가 만만치 않다. 밤을 새며 게임에 몰두하다 학교를 못가는 것은 물론 집에서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게임방을 찾은 학생들이 건전치 못한 길로 빠져들기도 한다. 한 달 게임료를 충당못해 안절부절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 나라나 경제위기는 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재도약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국가부도로 주저앉는 나라도 있다. 이같은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나라가 아일랜드와 아르헨티나다. 국토가 한반도의 4분의1에 인구 3백80만의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인접한 강대국 영국의 오랜 지배로 인해 형성된 저항의식은 일본의 침탈로 압제의 고통을 겪은 우리와 비슷하다. 영국의 수탈을 피해 대거 미국으로 이민간 것은 왜정때 고향을 등지고 만주로 떠났던 우리조상들의 아픈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술을 즐기고 노래부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