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책가방 메고 학교에 다닌다 하니 온 동네 소문이 다 났어요.” “그래도 공부가 재밌고 등굣길이 제일 신납니다. 받침이 어려워 받아쓰기도 다 틀리지만, 공부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6년 학교에 다니고 졸업하면 여든인데 그때까지 건강하게 무사히 잘 졸업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진군 대구면 중심지에 있는 학교에서부터 6.5㎞ 떨어진 항동마을.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간 마을회관 인근 버스 정류장에 가면 매일 오전 7시 50분, 책가방을 메고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 1학년
강원 삼척시 김형태(58) 치과의원 대표원장은 한국·키르기스스탄 교류협력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문화교류를 위해 지난해 9월 키르기스스탄을 찾았다. 현지 일정은 문화 공연, 현지 대학·산업시찰이었다. 김 원장은 키르기스스탄의 의료 환경이 궁금했다.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잠시 짬을 내 수도 비슈케크의 제6 국립치과병원을 둘러보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치과병원이었다. 그러나 ‘구순구개열’(언청이)을 앓는 많은 어린 환자가 비용 문제 등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언청이는 선천적으로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져
“고등학생이 생소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맞춤식 곤충 사료 생산기업인 ‘칠명바이오’ 공희준(17) 대표는 입시를 앞둔 평범한 고교 2학년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생물, 특히 곤충과 동물을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취미로 곤충을 키웠다. 곤충에 이어 햄스터, 고슴도치, 도마뱀, 육지 거북이까지 방안을 누볐다. 다양한 곤충과 동물이 신기해 보였다. 생물에 대한 관심은 곤충 사료로 이어졌다. 국내에 곤충 사료생산업체가 거의 없어 이 사업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게 공 대표의 생각이
최근 산불로 큰 피해가 발생한 강원 강릉시 옥계면을 찾아 자원봉사하는 일본인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무토 토시야(56·武藤 俊哉)씨는 지난 2일부터 63가구 128명의 이재민이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옥계면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국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첫날 농작물을 심는 일을 비롯해 불에 탄 나무 자르기, 불탄 건물 잔해 제거, 이재민 임시 거주시설 환경 개선작업 등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 강릉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노인 100여 명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일 등을 돕기도 했다. 무토씨는 강원도에 대형산불이 발
황금빛 찬란한 데 윤기마저 감도는 동그란 얼굴을 수줍은 듯 샛노란 조각들로 가렸다. 가로 5㎝, 세로 7㎝, 45g의 타원형 몸을 살짝 꼬집었더니 쫀득한 찰기가 느껴졌다. 입속에 넣자마자 알싸한 생강 향기가 퍼졌고, 숨어 있던 단팥 알갱이가 침샘을 자극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매력이 있었다. 100% 국내산 찹쌀을 재료로 손으로 직접 만드는 ‘정도너츠’ 이야기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탄생한 정도너츠는 외국산 브랜드를 당당히 누르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년 400만 개 정도 팔려나간다. 16가지 종류로 진화한 정...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란 대사가 유명한 영화 발달장애인의 마라톤 도전을 소재로 한 ‘말아톤’의 이야기가 문경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문경시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이하 ‘해냄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 전상훈씨(25.지적장애 1급)와 담당 류인하씨(34·사회복지사)이다. 중증의 지적장애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고 또 잠시도 쉬지 않고 내 뱉는 반복적인 언어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훈씨. 하지만 해냄터 프로그램 중 체육활동으로 실시하는 온누리체육관(장애인 전...
대구에서 이발관을 하는 여섯 명의 이발사들이 30년째 김천 임마누엘 영·육아원을 찾아 아이들의 머리를 손질해 온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여섯 명의 이발사 중 제일 먼저 봉사활동을 시작한 임병천(65) 씨는 지난 7일 제17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그동안 봉사를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임마누엘 영·육아원은 지난 19일 변함없이 이발 봉사를 위해 시설을 방문한 이들을 위해 깜짝 바비큐 파티로 고마움을 전했다. 깜짝 파티는 시설 교사와 이발을 마친 원생 50여 명이 정성껏 마련했다. 원생들은 ...
17년 전 자신의 봉급을 떼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불우한 아동을 돕기 위해 시작된 선행이 끝 간줄 모르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한 공직자의 아름다운 사연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을 밝히기를 극도로 꺼려온 화제의 주인공은 고령군 대가야읍 이남철(57)읍장. 그는 “조그만 보탬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은 어른 모르게 무엇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한다. 지난 14일 기자는 대가야읍장실을 찾았다. 그는 “다...
“영화 속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기적의 시구입니다.” 21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후반기 개막전 중계에서 해설자는 감격스럽게 소개했다. 투수 마운드에 올라 지름 7.23㎝, 무게 140여g의 흰 공을 힘차게 뿌린 이는 손진욱(35)씨. 지난 2월 2일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주인공이다. 봉합 수술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왼손으로 힘차게 공을 뿌려 10m 앞의 포수 미트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은 손씨는 두 팔을 벌려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그...
오렌지처럼 상큼한 외모인데, 그냥 ‘털털한’ 동네 아줌마였다. 트로트 가수 ‘박규리’. 대구가 낳은 전국구 스타다. 화려한 외모와 드레스로 빛을 발한 박규리는 ‘생각이 깊은 이웃 아줌마’ ‘의식이 또렷한 국악인’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궁중음악에 쓰인 일곱 줄 현악기 아쟁을 전공한 박규리는 예상외로 담백한 인생 이야기를 털어놨다. 수성구 상동에서 태어난 박규리의 나이는 만 38세. 한 살 연상의 남편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대구에서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2014년 첫 음반을 시작으로 3집까지 낸 트로트 가수 박규리는 M...
“참외와 만나면 아주 특별한 요리가 됩니다.” 황금빛 과일의 명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공 요리로 변신을 꽤하면서 성주 참외의 특별한 맛의 향연을 이끌고 있는 선구자적 역할의 주인공 남주현(69)전 대구공업대학교수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남 교수는 17일 오전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0년부터 생과로 먹던 성주참외를 어떻게 하면 요리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주참외의 유래에서부터 재배 환경특성, 참외의 효능, 참외 고르기, 보관법 등을 총 망라해 참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습득했다. ...
60여 년만에 미국에서 찾아온 초등학교 동기생을 만나기 위해 칠순을 넘긴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우정을 나눴다. 지난 1959년에 포항 청하초등학교를 졸업한 이 학교 46회 졸업생 50여 명은 15일 청하 조사리 바닷가 식당에서 모여 졸업 이후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온 곽정환(72) 동기의 손을 부여잡고 따뜻하게 맞았다. 조국이 어려웠던 시절에 선진기술 취득을 위해 한국을 떠났던 곽정환 씨는 이날 60여 년만에 꿈에도 그리던 친구들을 만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 1971년 신진그룹 ...
불의로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충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예천군 호명면의 장 모(44) 씨는 오늘도 집에 남겨진 세 아이의 걱정에 연신 스마트 폰의 사진을 꺼내 보곤 한다. 교통사고의 통증과 하반신 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도 장 모 씨와 아내 이 모(34) 씨는 용기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 부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장녀 A(12)양과 B (8) 군, 막내 세 살배기 C 군이 있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이들 가족은 떨어져 있다. 12살의 A양이 엄마 노릇을 하며 동생들을...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하는데, 제게는 그 눈물 젖은 빵조차 사치였습니다.” 구미시 인동에서 ‘남산골 우리 밀 100%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며 칼국수 무료 급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정인식(62) 씨는 흔히 고생한 사람을 뜻하는 ‘눈물 젖은 빵’조차 구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초등학교 졸업 무렵 부모님의 잃은 정 씨는 그 슬픔과 혼자라는 외로움이 반항심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끼니를 해결하던 희망원까지 사고를 쳐 들락날락하며 사회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 헌혈하고 나...
지난 25년간 어려운 이웃과 장애인을 위한 각종 의료봉사 활동으로 ‘대구의 슈바이처’로 명성이 자자한 박언휘(62) 종합내과 원장이 보훈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지원 활동에 나섰다. 박 원장은 지난 3년간 애국 투사들을 존경하고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정책 개발과 보훈교육·문화 확산에 기여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 왔다. 또, 최근에는 교수와 학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박언휘슈바이처보훈대상조직위’(위원장 이창호)를 구성하고 지난 17일 대구 TBC 방송국 강당에서 ‘나라 사랑과 보훈은 국민통합의 기초입니다...
“선산 땅에 할머니 천사가 다녀가셨다. 고인은 천사입니다. 평생을 홀로 살면서 얻은 것은 모두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홀연히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김인배 선산고등학교 총동창회장(66)의 말이다. 할머니는 김인배 회장의 선친과 동네 동갑친구라서 누구보다 가까이서 평생을 지켜봤다고 한다. 임성임(1917-2016) 할머니는 그렇게 살다 가셨다. 임 할머니는 선산 읍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10대부터 홀로 살면서 마을 품삯, 바느질로 평생을 사셨다고 한다. 어떤 날은 생선장사, 옷가지를 파는 행상일, 집에 돌아와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입니다. 자립의 기본은 취업이고 취업을 돕는 것이 제가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교사로 몸 담기 시작하면서부터 육심용 교사(56)는 장애 학생들과 함께했다. 그들이 불편한 것이 무엇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살피는 과정 속에 육 교사는 발명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발명왕으로 불리지만 육 교사는 오히려 장애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사에 가깝다. 지금도 졸업생들의 취업사항을 일일이 챙기며 학생들이 사회에 한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일 육심용 교사를 대구보...
"원망하고 바뀐다면 계속 원망만 했겠지만, 마음을 비우니 더 가벼워졌어요." 지금은 덜하지만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대부분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머니로 불린다. 자신을 수식하는 의미는 사라지고 둘러싸인 상황이 자신을 규정하기 마련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픈 딸을 잘 키우면서 장애인의 날 대구시장상을 받은 천미정(55·여)씨도 표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고 그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수공예 엔틱장신구를 만드는 공예디자이너이자 문인화가다. 인생 자체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헤어진 후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삶은 살았고 그 속에서...
'마음을 나누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닐까요?' 지난 1990년대 영화가 세상 전부인 소년 토토와 낡은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였던 알프레도의 애틋한 우정을 그린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몇 차례 더 재개봉이 될 만큼 감동을 줬던 이 영화를 보면서 토토와 알프레도처럼 나이를 넘어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포항대 사회복지과 새내기 중에도 40년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우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캠퍼스 단짝이 있다. 주인공은 대기업에서 퇴직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만학도 강대희(62)씨와 뇌병...
우리의 언어 국어(國語)는 실생활에서 사용하면서도 시험으로 만나면 오르기 힘든 산이 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도 1교시에 80분간 스타트를 끊는 시험이 바로 국어 시험이다. 그만큼 국어가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국어를 전공하지 않은 대학 1학년생이 국어 능력을 높여주는 학습서 출간을 앞두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학교 국제학부에 다니는 권순철씨는 '국어 학습 전문가'로 유명하다. 한이 맺힌 국어 공부에 11년간 매달린 결과 자신만의 철학과 노하우가 담긴 학습서를 내놓게 됐다. 2005년 대구 심인고등학교를 졸업한 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