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지난 겨울은 우울한 안개여서
푸른 하늘은 다시는 오지 않을 편지인 줄 알았다.
그래도 봄은 한참을 머뭇하다
모두가 떠나던 길을 거스르며 낯선 각도로 다가왔다.
잊고 있었던 볕이 지던 그 길이었다.
난 한참을 고요했다.
마른 가지에 붙어 있던 세찬 겨울을 보내기까지
그늘진 철길은 끝없이 길었고
어깨가 부딪치는 길에서도 산다는 건 외로웠다.
가슴에서 얼굴로 울컥하고 솟구치는 습한 뜨거움
그때서야 새벽의 모습으로 입춘이 왔다.
하늘이 내어준 햇살 고운 아침
머리를 씻고 붓을 꺼내 든다.
내 아이에게 우리의 끝은 끝내 비참하지 않으리라는 약속
보이리라.
굵은 붓 뜨거운 소망, 하얀 입김으로 만든 화선지 그 위
立春大吉
보란 듯 봄이 왔으니 가슴에 품은 꽃씨, 푸른 약속
울었던 아내랑 돌아눕던 아이랑
이 봄 땅바닥을 비집고 피어오를 새순의 눈물겨운 생존처럼
하루 또 하루 살아가는 삶 그렇게 견디어 내며
살아 있는 목숨 모질게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