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그는 이번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연합
‘74살의 노장’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관련기사 14·19면

이로써 한국 영화사에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 LA 총영사 관저에서 특파원단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배우 윤여정은 “너무 많은 국민 성원을 받아 축구 선수(국가대표)들의 심정을 알게 됐다”며 “내가 상을 타서 (국민 응원에)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한양대 재학 중 등록금을 벌기 위해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탤런트 시험을 보라는 제안을 받고 시작한 일이었다. 1971∼1972년은 최고의 전성기였다. 그에게 여우주연상과 신인상 등을 안긴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와 ‘충녀’는 물론, 드라마 ‘장희빈’으로 인기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가수 조영남과의 결혼과 미국행을 선택하면서 공백기를 갖는다. 13년 만에 이혼한 뒤 홀로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연예계에 복귀해 TV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억척스럽게 연기하면서 ‘생계형 배우’가 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에 대해 “끊임없는 열정으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분들에게까지 공감을 준 연기 인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윤여정 님의 연기가 너무나 빛났다. 국민과 함께 수상을 축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102년 한국 영화사의 역사를 ‘연기’로 새롭게 썼다는 데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성과 연출 능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데 이은 영화계의 쾌거”라고 평가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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