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 기자

“서울 가서 해라!”

지난 2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5층 강당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간담회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 후보로 인사를 건네던 중 누군가 소리쳤다. 직전 “영남의 승리를 위해 저를 써달라”고 호소한 나 전 원내대표도 내심 당황한 눈치였지만, 재차 유세를 이어나갔다. 그는 “여기서 네 편, 내 편 나눌 게 아니라 우리 당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시라. 당원의 뜻을 받들어 유일한 야권 후보를 만들고, 당원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인사를 마쳤다.

나 전 원내대표에 앞서 지지를 호소한 주호영 의원에게는 박수와 연호가 크게 쏟아졌다. 당시 주 의원은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국가적으로 균형을 잡아주고, 끊임 없이 지지해준 대구·경북이 영남당으로 비하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진 대구·경북의 이익을 다른 사람이 지켜줄 수 있는가. 제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아이러니하다.

‘도로 영남당’ 비하에 속상해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씌운 프레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주 의원은 지역의 경제·정치적 이익을 다른 사람이 챙겨줄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또 이를 지지하는 한 당원은 다른 후보의 연설을 방해하는 행위를 벌였다.

TK(대구·경북)이 ‘도로 영남당’이라는 비판에 ‘욱’하지만, 이 같은 입장을 뒷받침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모양새다. 주호영 의원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유세를 잠시 방해한 하나의 사례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날 대구시당을 찾은 당 대표 후보 김은혜 의원이나 최고위원 후보인 배현진·조수진 의원, 김재원·정미경 전 의원, 원영섭 전 조직부총장 등이 건넨 유세 인사에서 주호영 의원에게 보낸 박수 소리와 연호만큼의 호응은 없었다. 단상에 올라 꿋꿋이 포부를 밝히는 후보들이 안쓰러울 정도다. ‘도로 영남당’이라는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정치적 성숙함을 과연 갖췄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게 패거리 정치다”라는 혹자의 비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역 출신 한 명의 후보와 다른 지역 출신 다수 후보에게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던 이 유세장이 정치권에서 곧잘 비유되는 ‘축제의 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같은 당 소속임에도 다른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냉대하는 이 행위가 소위 정치권이 말하는 ‘TK 호구’ 소리를 낳은 원인은 아닐까. 오는 27일까지 예비경선을 거쳐 약 2주 동안 본선이 진행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남은 시간 동안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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