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기 기자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청도소싸움’이 지난 3월 20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12경기씩 진행 중이다.

방역지침에 따라 사전예약으로 정규 관중의 20%만 입장할 수 있으며, 등록·열 체크·워크스루 (대인 방역기 )통과·손목밴드 경기장에 입장하기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관중들은 싸움소들의 멋진 기술로 자신이 배팅한 소가 승리하기를 응원하며 흥분의 도가니로 사로잡힌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소들이 싸울 생각 없이 도망가버린다.

관중들은 어이없어하며 실망시킨 청도 소싸움장을 비난하고 발길을 돌려 버린다.

현재 등록된 싸움소는 567두, 이 중 350두가 기량검증을 통과하고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소다.

기량검증이 싸움소의 어떤 부분을 검증하며, 어디까지 검증하는지 궁금하다.

싸우지 않고 도망가는 소가 기량검증을 통과하고 출전한다는 것은 황소하고 송아지하고 싸움을 붙이는 것과 뭐가 다른가.

민속경기가 아닌 ‘갬블’이다.

청도소싸움경기장 경기장면(싸우지 않고 도망가려는 모습)

프로싸움소들이 자기들의 기술(뿔치기, 밀치기, 울 장치기, 버티기, 목 감아 돌리기 등)로 화려하게 승리해 관중들을 열광시키고 배팅 배당을 받아가는 재미를 만들어 내야 한다.

싸움소들은 출전 수당을 받는다. 갑종 우수 90만 원, 선발 70만 원, 을종 우수 80만 원, 선발 60만 원, 병종 우수 70만 원, 선발 50만 원이다. 예비 소에게도 예비수당 15만 원이 지급된다. 이 밖에도 군수 배, 왕중왕전에는 출전 수당과 상금이 평소 경기보다 인상된 금액이 지급된다.

기량이 우수한 소들은 몸값이 수천만 원으로 올라간다.

챙길 것은 다 챙기고 훈련 한번 안 시키는 게으른 주인들이 있으므로 소싸움경기장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이런 주인에게는 프로의 세계가 냉정하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혹독한 수업료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2월 8일 박진우 사장이 제자리서 맴돌고 있는 ‘청도공영사업공사’를 정상적인 자리로 올려놓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취임했다. 100일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100일 만에 바꿔 지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박진우 사장의 머리에는 더 크고 엄청난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군민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청도군에서 연 60여억 원의 지원을 받는 청도공영사업공사가 달라지지 않으면 군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지역 공직자가 출신이 아닌 공모 전문직 CEO는 박진우 사장이 처음이다. 박 사장이 추구하는 인터넷 발매, 장외 발매의 꿈이 실현되고, 흡족한 경영이 이뤄지기까지는 혼자가 아니라 전 직원이 발을 맞춰야 할 것이다.
 

장재기 기자
장재기 기자 jjk@kyongbuk.com

청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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