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영화평론가(국제펜문학회 회장)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셰익스피어 원작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얼개를 따왔음은 잘 알려져 있다. 서로 반목하는 양대 무리들 속에서도 순수한 사랑을 키우는 젊은 남녀. 그러나 죽음으로 끝나는 안타까운 결말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유명한 뮤지컬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짐은 예술로서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타당한 일! 로버트 와이즈(Robert Earl Wise, 1914-2005)는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 1918-1998)와 공동 연출한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제작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상을 무려 10개나 수상하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 10개, ‘벤허’가 11개였으니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가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막상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 나탈리 우드(마리아 역)와 미남 배우 리차드 베이만(토니 역)은 주연배우상을 타지 못했다. 그들의 노래를 대역 가수들이 불렀기 때문이다. 대신에 뮤지컬과 영화에서 마리아의 오빠 베르나르도 역을 맡은 조지 샤키리스(George Chakiris, 1932- )와 베르나르도의 애인 아니타 역을 맡은 리타 모레노(Rita Morreno, 1931- )가 각각 최우수 남녀조연배우상을 받았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영화의 줄거리는 리프(러셀 탬브린 분, 토니의 절친이다)가 이끄는 폴란드계 백인 제트파와 베르나르도가 이끄는 푸에르토리코계 히스파닉 샤크파 두 불량청소년패들간의 세력 다툼에서 진행된다.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는 여동생 마리아에게 친구 치코를 짝맺어주나, 마리아는 치코 대신에 제트파이자 리프의 친구인 토니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베르나르도는 리프를 죽이고 토니는 친구를 살해당한 격분 끝에 마리아의 오빠 베르나르도를 죽인다. 베르나르도의 연인 아니타에게도 엄청난 슬픔을 안겨주고... 그리고 자신의 여자를 뺐겼다고 생각하는 치코가 마리아의 사랑이 된 토니를 죽이면서 영화는 끝난다.

1961년 로버트 와이즈와 제롬 로빈스가 연출한 뮤지컬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영화 ‘조스’, ‘E.T.’,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유태계 천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1946- )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75세가 된 2021년 그는 생애 처음으로 뮤지컬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세상에 내어놓았다. 스필버그가 과연 뮤지컬영화를 해낼 수 있을까? 배부른 노감독의 치기가 아닐까 하는 영화팬들의 호기심과 의혹을 불러일으켰으나 다행히도 무난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 103세로 타계한 그의 아버지 아놀드 스필버그(전기기술자였다)에게 이 영화를 헌사하였다. 스필버그가 연출한 영화는 60년 전과 비해 당연히 배우는 다 바뀌었으나 번스타인의 음악만은 그대로 빛을 발휘하였다.

그럼 60년전 작품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감독 스필버그의 막강한 동원력과 함께 영화의 ’사실성‘ (Reality)이다. 스필버그 감독 그리고 각본가 토니 쿠슈너는 남녀 주인공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게 하였고, 반년간의 연습과 리허설을 거치게 하였다. 샤크파 배우들은 전원 히스패닉계를 기용하였다. 그리고 샤크파 배역들의 상당수 대사도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말하게 하였다. 마리아 역을 맡은 레이첼 지글러는 콜롬비아 출신의 신인배우이다. 나탈리 우즈만큼의 미모는 아니더라도 귀여운 외모에 연기도 잘 하고 노래는 참 잘 불렀다. 토니 역을 맡은 앤설 엘고트는 60년전 리차드 베이만만큼의 빼어난 미남이 아니고 연기력도 못미친다. (키는 190센치로 베이만보다 2센치가 더 크다.) 그래도 노래를 직접 불렀잖아! 합격점이다. 적어도 이들은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끔찍하게 노래부른 메릴 스트립이나 피어스 브로스넌보다는 훨씬 낫다.

‘맘보’와 ‘아메리카’ 등 군무 장면의 안무는 오히려 더 나은 듯 하다. 아니타 역의 아리아나 드보스는 춤실력이 일품이고 연기와 노래도 훌륭하여 이 영화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60년전 리타 모레노가 그랬던 것처럼. 스필버그 감독은 2021년 90세가 넘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리타 모레노에게 토니를 돌보는 잡화점 여주인 역을 맡기고 노래마저 한 곡 부르게 하여 사실상 이 영화는 리타 모레노에 대한 오마쥬가 되기도 하였다. 1961년도 작품이든 2021년도 작품이든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보고 또 보고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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