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장 부리바’.

세계 최대 국가인 러시아는 본래 동슬라브계로서 북유럽에 거주하던 Rus 민족이 남하해 우크라이나의 키예프를 중심으로 정착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문명국이던 폴란드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오랫동안 몽골의 지배도 받았다. 이후 세력을 회복한 Rus 족은 점차 번성해 소비에트 연방 대제국에 이르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동서냉전 이후 여러 나라들이 독립하면서 우크라이나도 주권국이 됐으나, 다시금 한때 종주국이던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태생의 대표적인 작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Nikolai Vasilievich Gogol, 1809-1852)이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평원을 호령하던 용맹한 기마 부족 코사크의 후손인 고골은 1827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주해 그보다 10살 많은 푸시킨과도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주옥같은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검찰관’, ‘디카니카 근교 농촌 야화’, ‘외투’, ‘코’, ’대장 부리바’ 등이다. 고골이 러시아어로 쓴 소설 ‘대장 부리바’(1842) 의 원제는 ‘타라스 불바’(Taras Bulba). 隊長 부리바는 일본식 번역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너무나 극적이고 재미있어 오페라와 영화, 오케스트라 등으로 소위 One source multi use 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만들어진 영화만도 10편쯤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율 부리너(타라스 불바 역)와 토니 커티스(안드레이 불바 역)가 주연한 J. 리 톰슨 감독의 헐리웃 영화 ‘Taras Bulba’(1962)이다. 다만 당시 동서냉전이 심할 때라서 아르헨티나 평원에서 로케이션 했다. 평원을 질주하는 기마부대 그리고 처절한 전투장면이 박진감있다. (2009년작 러시아 블라디미르 보르트코 감독의 ‘Taras Bulba’ 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현지에서 로케이션했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코사크 족장 타라스 불바는 두 아들 안드레이와 오스탑 형제를 폴란드로 유학 보내어 학문을 익히게 한다. 시골에서 온 안드레이 형제는 많은 놀림을 받기도 한다. 아마도 일제시대에 토쿄에 유학한 조선청년들이 이들과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폴란드에서 안드레이는 귀족 처녀 나탈리아(크리스틴 카우프만 분)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우여곡절 끝에 나탈리아의 오빠를 살해해 붙잡혔다가 간신히 탈출해 고향에 돌아온다.
 

김성태 영화평론가·국제펜문학회 회장

한편 폴란드가 터키의 침공을 받자, 폴란드에 인접한 코사크족은 폴란드와의 동맹국으로서 전쟁에 참여한다. 하지만 폴란드가 코사크를 배반하고 코사크 고유의 대초원마저 잃게 될 처지가 되자 용맹한 타라스 불바가 지휘하는 코사크족은 폴란드 부대의 두브노 성을 포위하고 승기를 잡아가는데, 이때 사랑하는 나탈리아를 구하기 위해 동족을 배신한 안드레이 때문에 코사크 부대는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에 대장군 타라스 불바가 아들을 처형하고 나탈리아는 연인 안드레이 불바의 시신을 부여안고 운다.

토니 커티스는 이 영화 로케이션 중 5개국어에 능한 독일계의 청초한 여배우 크리스틴 카우프만에 반해 이미 두 딸을 낳아 준 유명배우 자넷 리와 이혼하고 크리스틴과 결혼해 다시 두 딸을 낳았다. 그러나 아들을 바라던 토니 커티스. 이들은 다시 갈라서고 각자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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