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에 프랑스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개최되게 됐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이를 기념할 조형물을 공모하였고, 귀스타브 에펠(Alexandre-Gustave Eiffel, 1832-1923)이 이끄는 기술진이 낙찰받아 3년간의 공사 끝에 1889년 3월 31일 준공했다.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비난부터 시작해 재정적인 어려움, 노동자의 파업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당시로는 세계 최고 높이(300m)이던 구조물을 철골로 설립한 것이다. 그리고 그 건축가의 이름 자체가 탑의 이름이 되었고, 이는 곧 파리는 물론 프랑스 전체의 상징물이 되었다. 2021년 마르탱 부르불롱 감독의 프랑스 영화 ‘에펠 (Eiffel)’ 은 바로 이 에펠 탑의 건립 시점에 포커스를 둔 영화이다. 사실적인 전기에다가 카롤린 봉그랑의 자유로운 각색이 더하여져 제법 로맨틱한 드라마가 됐다.

프랑스 중부 디종 출신의 에펠(로맹 뒤리스 분)은 1862년 마리 고들레와 결혼해 3녀 2남을 두었으나 결혼 15년 뒤 아내가 페결핵으로 사망하고는 재혼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의 구조공학자이자 건축가이던 에펠은 열정적으로 일한 끝에 프랑스 남부 트뤼예르 강을 가로 지르는 당시 세계 최고도(해발 1450m)의 가라비 현수 철교를 비롯해, 뉴욕 자유의 여신상 철골 설계 등 수많은 다리, 교회, 구조물 등의 현격한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는 에펠탑을 제안하고, 시공해 완공까지 하게 된 것이다.

김성태 영화평론가·국제펜문학회 회장

그런데 영화 속에서 에펠은 일찍이 보르도 처녀 아드리엔(엠마 멕케이 분)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그녀의 아버지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다. 이후 에펠 탑의 건설 과정에서 옛 애인이던 유부녀 아드리엔을 다시 만나 새로운 사랑이 이루어질 듯 하나 결국 이루지 못함이 안타깝다. 그래서 영화는 A 자 형태의 에펠탑의 출발이 Adrienne 의 A 자에서 기원했다는 인상을 남긴다. (에펠이 어렸을 때 실제로 좋아했던 여자 아이의 이름은 Alice 였다고 한다,) 그런데 불멸의 천재 건축가 에펠의 전기에서 굳이 사랑 이야기를 영화에 넣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보다는 수많은 걸작품의 완성 과정을 더 소개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주연배우 로맹 뒤리스의 카리스마나 영-불 혼혈배우 엠마 맥케이의 묘한 매력도 좋지만 영화 에펠에서도 가장 볼 만한 장면은 건축자재를 만들고 설립하는 공학적인 업무의 모습이다. 세계 5대 강국인 프랑스는 에펠탑이나 미라쥬 전투기 또는 핵무기를 보유한 과학기술의 대국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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