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대구취재본부 기자.

“어쩔 수 없죠. 보상해야죠”. 민간업체와 ‘편법성’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떠안게 된 대구환경공단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국가정책(서대구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으로 인해 민간업체가 태양광 발전사업을 중도에 접어야 하는 만큼 보상금 지급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민간업체가 공단에 요구한 보상금액이 75억 원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 계약관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협약서에는 ‘공공사업이 진행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이 특약은 비밀유지 의무라는 이유로 취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그것도 대구시 감사관실이 입수한 자료 덕분이다.

계약해지 특약이 있는데도 공단은 어째서 민간업체에 보상금을 주고 이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했을까. 끝까지 ‘편법성 장기임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이유에 있다.

신에너지 촉진법상 공유재산의 임대 기한은 10년 이내다. 단 1차례 한해 10년 이내의 기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이에 공단은 민간업체에 부지임대는 10년, 사업 기간은 17년으로 설정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이 부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사업인 만큼, 부지임대도 17년으로 보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평가다. 만약 민간기업이 손실을 이유로 법정공방을 벌인다면 대구시와 공단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민간업체가 정당하게 체결한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면서 발생한 손실금을 행정기관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민 혈세를 사용하는 공무원이 덮어두고 ‘만사 OK’를 외쳐선 안 된다.

민간업체는 대구환경공단 서부하수처리장과 북부하수처리장, 신천하수처리장 3곳에 총 7693㎾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12억 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이 업체의 영업이익은 매년 16억~22억 원 안팎이다. 19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북부하수처리장(전체 설비규모 15%)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2억8500만 원으로 추정된다. 부지임대료(1700만 원)의 17배에 달하는 수익률이다. 또 업체는 시설 설비를 위해 빌렸던 대출금도 170억 원에서 지난해 32억 원만 남았다. 9년간 태양광발전 시설을 운영한 결과다. 전체 설비규모의 85%(서부·신천)는 8년을 더 운영할 수 있다. 그야말로 ‘남는 장사’인 셈이다.

4개사로 구성된 민간업체 중에는 대구 향토기업과 발전사업 공기업 있다. 특히, 공기업은 2014년 정부 정책으로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 영업권인 서부권에서 대구까지 찾아온 기업이다. 이를 인연으로 대구에서 4000억 원 규모의 사업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민간업체와 협의를 통해 계약을 해지하고, 보상금과 관련해 최대한 조율하겠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소통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천재 외교관’으로 통한 고려의 서희 장군이 거란과 담판을 통해 강동 6주를 얻어낸 것처럼 대구시는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협상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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