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리차드

2000년 윔블든 테니스 대회 우승, 1999년 US오픈 테니스 대회 우승, 그밖에 올림픽 금메달들과 수많은 우승컵을 거머쥔 불세출의 테니스 수퍼스타 비너스(Venus, 1980년생, 185Cm)와 세리나(Serena, 1981년생, 175Cm) 자매이다. 이들 자매를 키워낸 뉴올리언즈 주 출신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암스(Richard Williams, 1942년생)는 ‘King’(왕)이라고 불리워도 좋을 것이다.

흑인인 리차드는 아이들이 자기처럼 차별받으며 성장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여자들도 테니스를 잘 하면 유명하고 돈 잘 버는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리차드는 자매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테니스 수퍼스타로 만들기로 작정하였다. 그리고 주도면밀한 계획과 실천으로 결국 대성공하였다. 이런 실화에 바탕한 2021년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감독(1981~ )의 영화 ‘킹 리차드(King Richard)’는 그 해 시카고 국제영화제 등에서 최우수 작품상에 선정되더니, 2022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각본상과 여우조연상 등 여섯 분야의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획득이라는 영광도 거머쥐었다.

리차드 윌리암스(윌 스미스 분)는 첫 아내와 이혼한 뒤 이미 세 딸을 둔 두 번째 아내 오라신 프라이스와 결혼하여 비너스와 세리나 자매를 얻는다. 언니들은 공부를 잘 하고, 어린 두 자매는 아버지 리차드에 의하여 강인한 테니스 선수로 키워진다. 그리고 불과 14살의 어린 나이에 큰 딸 비너스는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데, 예선에서 만난 당시 세계 1위이던 스페인의 산체스 비카리오 선수와 맞딱뜨려 첫 세트를 빼앗은 등 대등한 경기를 벌인다.

이에 이듬해 리복 회사로부터 1,500만불의 후원금을 성사시키는 등 성공가도를 걷게 된다. 영화는 이와 같이 이들 테니스 수퍼스타 자매의 초기 이야기를 아버지 리차드의 관점에서 조명한 것이다. 실제의 아빠 리차드 윌리암스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첫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 5자녀를 두었으나 자녀들은 전부 전처가 키웠다. 그리고 비너스와 세리나의 모친인 두 번째 아내와도 이혼하고 세 번째 아내와 결혼하여 자녀를 한 명 더 두었으며 혼외 자식도 있다. 테니스 외 분야에서도 성실한 남자인가는 의문이다. 지금은 여러차례의 뇌졸중으로 투병 중이다.

김성태 영화평론가·국제펜문학회 회장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비너스와 비카리오 두 선수의 시합 장면은 대단히 사실적이고 박진감이 넘친다. 배우들의 멋진 열연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버지 리차드 역할을 한 윌 스미스의 징글맞을만큼 탁월한 연기는 2022년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윌 스미스는 잘 생겼고 연기도 잘 하는 등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흑인 영화배우이다. 작품마다 성공하였으며 평균 출연료는 편당 2,000만불을 넘는 대 스타이다. 다만 금년 아카데미 상 수상 직전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농담이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두번째 아내이다)의 탈모증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윌 스미스가 전세계에 생방송 중인 연단에 올라가서 크리스 록의 뺨을 후려친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비록 윌 스미스가 뒤늦은 사과는 하였으나 어떠한 이유로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고, 아카데미 상은 반납하여야 마땅하다. 윌 스미스 역시 두 명의 아내 사이에서 이미 20대가 된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아버지로서 좋은 모습은 보이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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