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우 행정사회부 기자

UFC 세계 상위 랭커를 오랫동안 수성하며 챔피언 벨트에도 두 차례 시도했지만 격투에 인생을 바친 한 선수의 시도는 아쉽게도 실패했다.

포항 출신 정찬성 선수다.

김동현 선수에 이어 정찬성 선수는 그동안 한국 MMA 격투계를 세계 무대로 끌어올리면서 위상을 드높인 ‘일선의 전사’였다.

상대 선수들로부터 수차례 가격당하고 때로는 패배로 저울추가 기울었어도 근성과 인내심으로 버티며 예상외의 승리를 거두는 그의 격투 스타일에 팬들은 ‘코리안 좀비’라는 찬사 어린 별명을 붙였다.

최근 그는 세계 격투기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바로 현 UFC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타이틀전을 치르면서다.

볼카노프스키는 UFC 10연승을 달리면서 세계 레벨에서도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던 ‘철옹성’이었다.

우리나라 격투팬들은 물론이고, UFC 현장 경기장에서도 ‘코리안 좀비’를 외치는 응원 함성이 쏟아지며 새로운 챔피언 탄생에 기대를 걸었지만 ‘벽’은 높았다.

1라운드부터 TKO 선언이 된 4라운드까지 볼카노프스키는 예리한 거리감각과 카프킥의 활용으로, 무게중심을 앞으로 둔 채 카운터를 노렸던 정 선수의 전략 자체를 봉쇄했다.

패색이 짙었지만 정 선수는 경기를 계속 이어갔다.

선수 입장에선 일생일대의 기회이자 그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패배 이후, 정 선수의 안티팬들은 갖가지 악플을 달며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일부에선 정 선수의 정치적 성향을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한 사안에 대해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자유가 민주주의 사회에선 보장된다.

하지만 정 선수의 격투가로서의 진정성과 그가 보인 의지와 노력마저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MMA 격투 주먹기술의 기초는 다름 아닌 ‘원투’다.

레프트에 이은 라이트가 경기의 기본 해법임과 동시에, KO를 이끌어 내는 ‘필살기’가 되기도 한다.

정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왼손’만 쓰지도, ‘오른손’만 쓰지도 않았다.

경기 이전엔 볼카노프스키를 대상으로 한 SNS상의 다툼에다가 격투 선수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거친 신경전도 벌였지만 경기가 끝난 이후에는 정 선수의 퇴장을 볼카노프스키가 끝까지 기다린 채 ‘동양식 인사’로 예를 다했고 정 선수 또한 감사를 전했다.

P4P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권투계의 카넬로 역시 케일럽 플랜트와 경기 도중 ‘서로의 실력’을 대화로 칭찬하기도 했다.

앞서 이 둘은 계체 무대에서 주먹이 오고 가기도 했다.

승자도 패자도, 좌도 우도, 무대를 벗어나서는 끝난 이 시점에 정 선수는 우리나라 격투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격투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도, 후학 양성에 매진할 수도 있다.

네티즌들의 ‘갑론을박’ 신경전 이후, 이제는 정 선수를 향한 진정한 평가와 응원이 필요할 때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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