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대화 계기 2년7개월만에 회담 성사…차관급 전략대화 등 합의
웨이펑허, 한국 인태전략에 관심 표명…이종섭, ‘항행의 자유’ 강조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국방 수장은 이날 2년 7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북한 등 한반도 정세와 양국 현안 등을 논의했다. 공동취재

한국과 중국이 10일 싱가포르에서 2년 7개월 만에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와 국방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요청으로 이날 샹그릴라호텔에서 웨이 부장과 양자 회담을 했다. 두 장관은 예정된 40분을 넘겨 75분간 회담했다.

두 장관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데 이어 핵실험까지 감행할 동향을 보이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

이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북한이 핵 보유로 얻을 이익보다 핵 포기에 따른 혜택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한중이 함께 노력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역설했다.

웨이 부장은 한반도 평화 유지와 비핵화가 목표라는 중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 뒤 한중 양국이 이를 위해 협조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 장관은 북한 비핵화, 웨이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썼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목표치는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상호존중과 공동 이익의 원칙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웨이 부장은 이에 전적인 공감을 표하면서 양국 국방부 및 각 군 간 교류 확대를 통해 더욱 발전된 관계를 지향해 나가기를 희망했다.

양측은 국방부 장관의 상호방문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으며 차관급 국방전략대화를 포함한 국방부 및 각 군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양 장관은 또 해·공군 간 직통 전화(핫라인)가 추가로 정식 개통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중 군사 당국 사이에는 기존에 국방부 간 직통전화, 한국 해·공군과 중국 북부전구 해·공군 간 직통전화 등 총 3개의 핫라인이 있었다. 

양국은 이번에 한국 해군과 중국 동부전구 해군 간, 한국 공군과 중국 동부전구 공군 간 직통전화를 각 1개 추가로 개설해 핫라인은 총 5개로 늘어났다.

중국 측은 또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도 인태 전략을 구상한다고 공표한 것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한국이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항행의 자유, 상공 비행의 자유 등을 예시로 들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장관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 시 강조했던 ‘상호 존중과 협력’이라는 표현을 회담에서 사용하면서 이 표현이 한국의 대중 정책 기조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의도 이뤄졌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우려를 표했고, 이 장관은 사드가 북핵 위협 고도화 과정에서 한국이 필수 불가결하게 취해야 하는 방어적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결론적으로 굉장히 유익하고 양측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두 장관이 샹그릴라 대화에 나란히 참석하면서 성사됐다. 

한중 국방장관회담은 2019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계기에 웨이 부장과 정경두 당시 장관이 만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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