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력 법제화에 핵위협 현실화 판단…전략자산 정례·적시 배치 논의
매년 EDSCG 정례 개최…美 확장억제에 한국 발언권 제도화

한미 양국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핵 등 현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 차관.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한미 양국이 16일(현지시간) 약 5년만에 재가동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억제태세 강화에 의견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방안 모색에 나선 것은 북한의 핵 위협이 본질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끝낸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이 지난 8일 핵무력 정책 법제화를 통해 사실상 핵 선제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공표하면서 북한의 핵 위협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인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회의 뒤 진행한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및 핵무기 보유 법제화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조태용 주미 대사도 지난 14일 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과거 북한이 핵무기가 없었을 때는 굉장히 이론적인 안전보장 대책이었는데 이제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철통같은 대(對) 한국 방위 공약을 천명하는 수준에 더해서 미국의 핵우산으로 표현되는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더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급선무였다.

이번 EDSCG 회의도 확장억제가 말에 그치지 않고 유사시 행동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군에서는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한 본토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을 지킨다는 약속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가 확장억제 공약 ‘신뢰성’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이 한국 대표단에 미사일방어청(MDA)을 공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미국은 MDA에서 본토 방어 능력을 브리핑하며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을 차단하는 동시에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북한이 본토를 공격한다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으니,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은 흔들림없이 이행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회의 공동성명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활용 강화, 핵·비핵 위협 관련 정보 공유, 훈련·연습의 증진 등 구체적인 표현을 담은 것 역시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여겨진다.

2016년 12월 1차 회의때 ‘공동보도문’, 2018년 1월 2차 회의때 ‘보도자료’에 머물렀던 회의 결과물이 이번엔 ‘공동성명’ 형태로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가 이날 회의에서 EDSCG를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내년 회의 전에 실무 회의도 개최키로 한 것도 의미가 크다.

2018년 1월 제2차 회의 후 중단됐던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면서 전략자산 전개 및 운용과 같은 확장억제정책을 집행하는 데 우리의 발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됐다는 평가에서다.

조 1차관은 “확장억제와 관련한 지속가능한 공조 메커니즘으로 EDSCG를 정례화하기로 했다”면서 “확장억제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방 차관이 이번 회의 참석 계기에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B-52 전략폭격기를 시찰한 것도 전략자산 운용 공조 차원에서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B-52는 태평양 괌에 배치돼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할 수 있는 미측 전략자산인 만큼 이 전폭기를 선택해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북한을 향해 보내는 명징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제5대 전투기인 F-35A 전투기 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조만간 로널드 레이건 항모 강습단을 역내에 전개하는 것도 미측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실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회의 뒤 “미국은 우주, 사이버 등 진전된 비핵 능력까지 포함한 모든 군사적 범주를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고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미가 전략자산 운용 공조를 강화키로 하면서 향후 전략자산 전개 규모나 수준이 과거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핵 우산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우리의 권리를 만드는 것이 확장억제 실효성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미국이 전략자산 운용에서 공조를 강화키로 했으니 이에 따라 전략자산 배치 등이 더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날 회의와 관련,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자산을 어떻게 추가 배치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전략자산 배치를 정례화하고 적시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한미 간에는 핵 등 북한 위협에 대응해 정보공유, 공동기획, 위기 협의, 연습, 전략자산 전개, 전략협의 등에 대해 분야별로 구체적인 논의를 해오고 있으며 공동 기획이나 위기 협의 등에 대한 논의가 개시돼 내용을 진전시키는 과정이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한미가 적시에 효과적으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데에 대한 공조를 강화키로 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데도 의미가 크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과거와 다른 양상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서 한미는 이번 성명에서 북한의 어떤 핵 공격에도 압도적이며 결정적 대응을 하겠다고 명시했다.

압도·결정적이라는 것은 비례적 수준을 벗어나 핵 등을 사용해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못할 정도의 강도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북한의 전술핵 개발과 선제공격 위협에 대응해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에 대한 개정 작업도 진행중이다.

한미 TDS는 북한 지도부 특성과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고려해 한반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한 억제전략이다.

한미간 확장억제를 논의하면서 한미일 삼자 공조가 논의된 점도 눈길을 끈다.

공동성명은 역내 파트너들과의 삼자·다자 협력 등 각국의 전략과 태세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으 증진하도록 공조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북한 탄도미사일 감시·탐지·추적 과정에서 북한이 주로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미사일의 궤적을 파악하는 데는 일본이 강점을 지닌 점에서 보듯 3국 공조로 대북 대응 태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는 한미일의 영역에도 정보 공유 등 유용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