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남부본부장
황기환 동남부본부장

경주대학교와 서라벌대학교의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민들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사회가 두 대학의 통합을 의결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별다른 진척 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논의 장기화로 학교 이미지가 갈수록 추락의 깊이를 더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학교 인근을 포함한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 역시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한때 1만 명 이상이던 재학생이 최근에는 5분의 1 수준인 2천여 명으로 줄어들어,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슬럼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대학의 빠른 정상화를 요구하는 지역민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두 대학은 그동안 통합이란 결과물을 내놓지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여, 비난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학교법인 원석학원 이사회는 지난 2월 17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경주대와 서라벌대의 통합을 결정한 후 4월 12일 교육부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통합 추진은 학생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위기에 대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춤화된 대학 구축을 위해서였다.

당시 원석학원 설립자인 김일윤 전 총장은 “평생을 바쳐 일궈 온 경주대와 서라벌대학을 통폐합해서 지역의 경제, 문화, 교육을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면서 “시민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믿고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주대 일부 구성원들이 지난 3년여 동안 누적된 100억 원 정도의 체불임금 문제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통폐합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교육부가 대학 통폐합에 있어 통합 후 재정계획과 함께 구성원들의 동의 부분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주대의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통폐합이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당초 2023년 통합대학의 신입생 모집을 목표로 했던 두 대학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2023학년도 수학능력 시험이 이미 치러진 데다, 내달에는 정시모집 원서를 접수하는 등 2023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이 막바지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원석학원 이사회는 최근 정두환 서라벌대 총장을 구원투수로 불러내 경주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정 총장은 30여 년간 경주대 교수, 여러 부처의 처장, 대학원장, 서라벌대 학장 등을 지낸 두 대학의 상황을 꿰뚫고 있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원석학원 이사회가 통폐합을 완성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두 대학의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들을 고려할 때 통폐합 승인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 총장은 우선 통폐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경주대 구성원들의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한다.

유휴부지와 같은 부동산을 팔아서라도 임금 체불을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하나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에다 지역 산업체, 시민단체, 지자체의 관심과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도 정 총장의 몫이다.

“백척간두에 선 선장으로서 진정성을 다해 구성원들을 아우르고, 재단과 교육부를 적극 설득해 해결해야 할 일을 무소같이 밀고 나아가 통폐합을 이루겠다”고 밝힌 정 총장의 의지를 기대해 본다.

황기환 동남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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