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석 기자

‘시민과 동행하는 영천시의회’. 제9대 영천시의회의 슬로건이다.

그런데 9대 의회 출범 이후, 시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보면 시민들은 이 슬로건이 무색하고 민망스럽기까지하다.

먼저 최근 울진에서 열린 제61회 경북도민체육대회에 시의회 차원에서 참가 선수들을 격려 방문하지 않았다. 예전 도민체전에는 시의원들이 주말을 맞춰 종목별 경기가 열리는 곳에 선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격려해줬다.

이에 일부 체육인들은 “영천시의원님들은 전부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영천을 대표하는 선수는 맞습니까”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옛말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시민체전 예산을 삭감해 선수들 볼 면목이 없어 방문 안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거리가 멀어서, 지역에 행사가 많아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원들도 영천 시민이고 대표한 사람들인데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별일 아니라고 웃고 넘길 수는 있다.

하지만 시민과 동행한다는 9대 영천시의회가 이통장협의회 등 각종 단체의 예산을 삭감해 반발을 일으키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의원들 간에 조례, 예산 심의 등으로 간담회장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의정활동 곳곳에서 갈등의 분위기가 감지되며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시의원들의 가장 큰 본분 중의 하나인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의원들이 시민은 온데간데없고 자신과 소속 당만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한심스럽다.

이와 관련해 일부 의원들은 “지난 연말 예산을 삭감한 단체나 기관 행사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나 입맛에 맞는 행사 또는 불가피한 곳만 찾아다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수당 횡포, 시의장 독재, 의원 간 갈등 등 영천시의회 9대 출범 이후 보여주는 모습에서 실망감과 함께 영천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부디, 슬로건과 같이 시의회는 시민과 동행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진정 어떻게 하는 것이 영천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하는 것인지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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