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대법원장실에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었다. 대법관 방도 마찬가지였다. 군사정부 뿐 아니라 김영삼 정부 때까지 그랬다. 삼권분립이 희화화됐다. 1995년 윤관 대법원장이 이 사진들을 뗐다. 또 대통령 외국 순방 때 대법원장이 공항까지 나가 환송하던 관례도 없앴다. “그냥 밀어 드릴 테니 걱정 없이 하세요.” 김영삼 대통령은 윤 대법원장 임명 때 했던 약속을 지켰고 윤 대법원장은 사법권 독립을 이뤄냈다.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 듣겠냐 말이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던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 요청을 거부했다. 정권 눈치를 보았다. 지방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파격 발탁된 데 대한 보은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겠다”던 취임사를 그 자신이 잊고 있었다. 문제가 터지자 “그런 적 없다”고 발뺌했지만, 녹취록이 공개돼 도덕성에 먹칠했다. 그가 회장을 지낸 우리법과 국제인권법연구회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쳐온 진보조직이다. 하지만 선택적 독립이었다. ‘코드 인사’로 주요 재판부는 이들 조직이 차지했고 정권에 불리한 재판은 한없이 밀렸다. 또 그가 도입한 고등법원 부장 승진제도 폐지와 법원장 투표제가 재판 지체의 주요 원인이 됐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가 출범했다. 경북 경주 출신인 신임 조 대법원장은 대구지방법원장을 거쳤다. 지역 법조인들은 그가 원칙주의자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타인에게 관대하지만, 본인에게는 엄격한 선비형이었다. “심기일전해 재판과 사법행정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일성으로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 ‘신속한 재판’을 약속했다.

윤관 대법원장의 사법권 독립 의지를 계승해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조희대 대법원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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