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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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로비 가장 깊은 곳에 박물관의 상징이라 할 구조물 하나가 서 있다. 경천사지 10층 석탑이다. 이 탑은 높이가 건물 5층 높이에 가까운 13.5m나 되고 전체 무게가 110t에 이른다. 고려 충목왕 4년(1348년) 경기도 개풍군 부소산 경천사에 세워졌던 이 탑은 애환이 많다. 고려 멸망을 거치면서 반종교적 이유로 일부 탑신이 훼손됐다. 1902년에는 일본에 반출되기도 했다가 다시 반환돼 경복궁에 설치돼 있던 것을 2005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실내로 옮겨져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경천사지 10층 석탑처럼 유명 박물관에는 그 박물관의 상징이 될만한 유물을 특별히 전시해 두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박물관 정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이 그 역할을 한다.

포항시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포항시립박물관의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에서 ‘적정’ 평가를 받았다. 시는 국·도비 등 사업비 46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연 면적 8240㎡ 규모의 박물관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2027년까지 건립하기로 했다. 지어질 포항시립박물관에는 포항에서 출토된 국보 냉수리비와 국보 중성리 신라비를 비롯해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지역 유물들을 모아 전시할 계획이다.

포항시립박물관에도 포항의 정체성을 보여줄 상징물을 전시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유물이 1973년 6월 9일 첫 쇳물을 쏟아내기 시작해 2021년 12월 29일까지 48년 6개월간 쇳물을 녹여냈던 ‘포스코 포항 1고로’다. 이 고로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골격을 세운 ‘제철보국’의 상징이다. 이전 비용이 수백억이 소요된다면 범시민 모금 운동을 벌여서라도 포항시립박물관에 옮겨 역사적 유물로 보관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렇게 하면 시립박물관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가 한층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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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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