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3선 개헌은 민주주의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이며 이 다리를 건너면 민주주의를 되찾을 길이 없습니다.”

신민당은 1969년 5월부터 전국을 돌며 3선 개헌 반대 투쟁을 벌였다. 그런데 7월 말, 당 내에서 문제가 터졌다. 성낙현, 조홍만, 연주흠 의원이 개헌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급했다. 이들의 찬성 표결 참여를 막아야 했다. 헌법상 정당이 제명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당이 해산되면 의원직이 자동 상실됐다. 여기에 착안했다. 3명을 제외한 의원 44명이 ‘셀프 제명’을 의결하고 당을 해산했다. 특정 의원들의 배지를 떼기 위한 전무후무한 정당 해산이었다. 3명은 의원직을 잃고 ‘사쿠라’로 낙인 찍혔다.

8월 8일, 결국 공화당이 3선 개헌안 상정을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신민회로 급히 교섭단체를 만든 신민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임시회 개회식을 불발시켰다. 하지만 개헌안은 별관 뒷문에서 변칙 처리됐다. ‘사쿠라’ 제거도 소용없었다.

‘사쿠라’는 정치인에게 치욕적인 멸칭이다. 민주당에 때아닌 ‘사쿠라’ 논란이 일고 있다. 김민석 의원이 창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대표를 ‘전형적 사쿠라’라고 비난했다. “이낙연 신당은 윤석열 검찰 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는 사이비 야당, 사쿠라 노선”이라 통박했다. 비명계 윤영찬 의원이 맞받았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버리고 정몽준 후보로 갈아탄 김 의원이 김민새(김민석+철새)”라 역공했다. 김 의원이 ‘사쿠라 표본’이라는 주장이다.

사쿠라 어원은 일본어 ‘사쿠라니쿠’(櫻肉)다. ‘벚꽃색 소고기인 줄 알고 먹었는데 말고기였다’는 뜻이다. 물론 정치인의 ‘사쿠라’ 여부는 역사적 판단에 맡길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민석 의원 발언이 ‘김민새’를 소환하는 자충수가 돼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바둑에서 자충수는 대부분 무리수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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