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교수·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여의도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여야 전직 당 대표들의 신당 창당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이달 말까지 당과 대통령실에 변화가 없으면 창당하겠다 선언했다. 이미 내친걸음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창당을 공식화하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급해진 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를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이라 격하하며 창당 파장 차단에 들어갔다. 과연 이 전 대표가 ‘정치꾼’인가.

“정치인은 양의 털을 깎고 정치꾼은 양의 껍질을 벗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저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에서 명쾌하게 유권 해석을 했다. ‘양과 함께 살 방안을 찾는 것이 정치인이고 아예 죽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치꾼’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 기준에 따르면 민주당이 그를 정치꾼으로 몰 만하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수 있다.

집권 여당에서 야당으로 추락한 민주당.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면한 가장 큰 고민이 자리다. 집권을 통해 고위관료와 청와대 비서진, 공기업 임원 등 거물급을 대거 배출했다. 지금은 실직자가 된 그들이 목을 빼고 공천을 넘본다. 하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다. 결국 예약표를 받지 못한 이들이 이낙연 캠프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대기 수요가 넘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민주당은 타격이 크다. 껍질이 벗겨지는 참사도 예상 가능하다. 표 분산으로 수도권 우세 지역이 접전 지역으로, 접전 지역이 열세 지역으로 떨어지는 등 판세가 요동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 때 민주당을 외로이 지켰다. 모두가 우르르 몰려갔지만 ‘노 당선자 대변인’까지 지낸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왜 당을 버리고 험난한 창당을 택했을까. 대의를 위해 가시밭길을 마다 않았던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이야기에 국민이 설득된다면 그는 승부사, 진짜 ‘정치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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