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형사단독 배관진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국가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면서 참여연구원이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에 참여하는 비율을 말하는 참여율을 허위 연구원을 등록하는 방법으로 조작해 출연금을 과다하게 지급받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기소된 전 연구개발본부장 A씨(52·여)와 전 패션사업본부장 B씨(57·여)에게 각각 벌금 600만 원과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연구개발본부장 C씨(52)와 전 연구개발본부장 D씨(64)에 대해서는 벌금 400만 원과 벌금 200만 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한국패션사업연구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판결이었다.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낸 D씨는 수사기관에서 정부 출연금으로 운영되면서 예산 편성이 성과 중심으로 돼 있어서 사업 수주가 많아져야 인거비를 지급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일부 허위 연구원 등록이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패션산업연구원은 본부장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고도 부족한 재원을 채우도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고, 2014년부터 참여율 조작을 통한 출연금 과다 지급이
관행적으로 이뤄졌고, 본부장이라면 누구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는 설명도 보탰다.
실제로 패션산업연구원은 연구기관의 총 인건비가 100%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총 연봉의 10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별 참여율 계상이 가능해 총 연봉의 100%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도 인건비 명목의 출연금 등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을 악용했다. 과제에 참여하지도 않은 연구원도 마치 과제에 참여한 것처럼 등록을 하는 방법으로 각 연구원의 참여율을 일률적으로 13-%로 맞춰 출연금 등을 허위로 과다 지급받은 것이다.
A씨 등 4명은 각 연구개발과제에 허위 참여율에 기초해 인건비를 산정한 뒤 허위 인건비 지급을 신청해 6억5000만 원이 넘는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
배 부장판사는 “본부장을 지낸 4명의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범행을 통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은 것도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출연금이 패션산업연구원 연구원들의 인건비로 사용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