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방통심의위 특별위원

“자유주의가 꽃피는 대한민국을 개혁신당의 당원과 지지자에게 약속하겠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제3지대 통합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통합 이후에 ‘보수정당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에 대한 답을 ‘자유주의’ 한마디로 대신한 것이다.

‘자유주의’가 무슨 뜻인가.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학자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로 인식한다. 우리 정체성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개념은 엄연히 다르다.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중심 가치로 하는 데 비해 민주주의는 평등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민주주의는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주권재민’과 삼권분립을 소중한 가치로 삼는다. 독일 헌법 학자 칼 슈미트(Karl Shumitt)는 “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부정한다”고까지 했다. 일부 학자는 ‘상호 경쟁하는 긴장 관계’로 해석한다.

그동안 개혁보수를 외쳐 온 이 대표가 내놓은 ‘자유주의’는 진보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진보주의를 ‘Liberal’로 표기한다. ‘자유주의’다. 이 대표가 핵심 회피 화법으로 노선 변경을 표방한 것이다. 진보 세력과 합당하면서 보수를 포기하고 진보정당 정체성에 합의했을 수 있다. 그는 “장기적으로 수권세력이 되기 위해 스펙트럼을 확대해야 한다”고 해 이를 뒷받침했다. 당명은 지켰지만 노선은 진보진영에 양보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1주일을 못 넘겼다. 현안 이슈에서 자신과 맞선 일부 진보 정치인의 입당에 격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대표 측으로부터 ‘사상검증’ ‘몽니’란 비난에 직면했다. 사상의 자유가 기본인 ‘자유주의 약속’은 어디 갔는지, 스펙트럼은 고장인지 그가 답해야 할 듯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