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감염 없는 인공관절 시대 열려

왼쪽부터 포스텍 차형준 교수·최현선 박사·경북대 조윤기 교수

퇴행성 관절염은 더 이상 장·노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2030 세대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 수는 약 22.8% 증가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거나 과도하게 무거운 운동 기구를 드는 경우 연골이 심각하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인공 관절을 삽입해 이를 치료할 수 있지만, 세균 감염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그런데 최근 이를 홍합으로 해결한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최현선 박사 연구팀은 경북대 첨단기술융합대학 의생명융합공학과 조윤기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홍합접착단백질을 기반으로 세균의 침입에 반응해 항생제를 방출하는 임플란트용 코팅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권위학술지인 ‘바이오머터리얼즈(Bio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임플란트 시술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면 임플란트의 고정력이 약해질 뿐 아니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또,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경우 항균 치료 후에도 다시 감염되는 사례가 많아 재시술이 요구되기도 한다. 항생제를 포함하고 있는 임플란트 코팅 소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시술 도중 소재가 물리적으로 손상되거나 내부 항생제가 유출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홍합 접착 단백질 아미노산 중 하나인 DOPA1)(도파)에 주목했다.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의 핵심인 DOPA는 금속 이온과 강력한 결합을 형성하는 아미노산으로 그 중 철 금속 이온과의 결합력은 산성도(pH)가 낮아질수록 약해지는 특징이 있다. 몸속에 세균이 침입하면 그 주변의 산성도가 낮아지게 되는데, 연구팀은 이에 착안하여 새로운 임플란트용 코팅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내부에 항생제를 품고 있다가 세균에 감염되어 주변이 산성화되면 8시간 안에 항생제의 70%를 방출해 세균을 박멸했다. 또, 임플란트 시술 이후 골(骨)재생 기간(약 4주)에도 세균 감염에 따른 즉각적인 항균 효과를 보이는 등 높은 내구성도 입증했다.

그리고, 세균 감염 정도에 따라 소재가 방출하는 항생제의 양이 비례해 연구팀은 세균 농도에 따른 코팅 소재의 항균 효과도 검증했으며 특히, DOPA와 철 이온 간 결합은 외부 물리적 자극에 대한 복원력도 우수해 임플란트 시술 시 가해지는 마모나 기계적 하중에도 강했다.

연구를 주도한 포스텍 차형준 교수는 “접착성 임플란트 코팅 소재의 즉각적·지속적 항균 효과를 통해 임플란트 시술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또, 경북대 조윤기 교수는 “항생제를 필요할 때만 방출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 치의학의료기술 연구개발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우수신진연구사업, ㈜포스코 홀딩스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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