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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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저 (이바라기 노리코)는
(2006)년 (2)월 (17)일 (지주막하출혈)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생전에 써둔 것입니다.
내 의지로 장례, 영결식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 집에는 제가 살지 않으니
조위품이나 꽃 같은 것들을 보내지 말아주세요.
반송 못하는 무례를 더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떠났구나”하고 한순간, 단지 한순간
생각해 주셨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오랫동안 당신께서 베풀어주신 따뜻한 교제는
보이지 않는 보석처럼, 내 가슴속을 채워서 빛을 발하고
내 인생을 얼마만큼 풍부하게 해 주셨는지….
깊은 감사와 함께 이별의 인사말을 드립니다.
고마웠습니다.

[감상] 이 글은 2006년 2월 17일 지주막하출혈로 세상을 하직한 이바리기 노리코 시인(향년 80세)이 생전에 교유했던 지인들에게 보낸 ‘하직 인사’이다. 그녀는 이 글을 미리 적어서 인쇄해 두었다가 사망 일자와 사인만 유족이 기입하게 하여 별세한 후 지인들에게 보내달라고 조카 부부에게 부탁했다. 생전에 그녀를 아는 지인들과 언론계 인사들은 “과연 그녀다운 작별 인사”라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죽음을 추모하였다. (출처: 이라기 노리코 시집/윤수현 역/스타북스/2024)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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