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서만 23명 차출…시골 보건소 파행 운영 '불똥'
순회진료로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 땐 '진료권' 위협

신규 및 전입 온 공중보건의사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국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를 상급종합병원으로 차출(파견)하면서 의료취약 지역인 농어촌 주민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경북에서는 도내 전체 공중보건의 480명 중 23명이 차출됐으며, 이 가운데 19명이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파견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보의 차출로 인해 보건지소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의료취약지역인 농어촌 지역 주민들의 ‘기초 진료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8일 경주시 문무대왕 보건지소. 평일인 월요일 낮인데도 진료실은 텅 비어 있었고, 기침과 몸살 기운에 보건소를 찾은 주민은 의사 선생님이 없어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문무대왕 보건지소를 지키던 공중보건의가 지난주 상급 종합병원으로 차출(파견)되면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은 진료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응급환자 치료와 기저질환 주민들의 처방전 발급도 모두 중단 상태다, 이곳 문무대왕면에는 보건지소를 대신할 민간병원이 단 한 곳도 없어, 공백 상태가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날 보건지소로 향하던 한 주민은 “보건지소가 운영을 안 하니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약도 못 타고, 사람이 아파도 진료가 안 되니까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주시는 공중보건의 10명 중 2명이 차출됨에 따라 남아있는 보건의들을 순회진료 체제로 전환하면서 12곳 보건지소 모두 파행 운영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경주시만의 상황이 아니다.

영주시의 경우 공보의 3명이 차출돼 남은 6명이 공보의가 11개 보건소와 지소를 대상으로 순회진료로 버티고 있다.

15명의 공보의 중 2명이 차출된 상주시도 인근 보건소 순회출장 진료를 병행 중이며, 만성질환자들에게는 장기 처방을 하며 공보의 공백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덕군의 경우 18명 중 3명의 공보의가 차출돼 그들이 맡고 있던 강구, 영해, 창수 보건지소에 대해 남아있는 공보의들이 요일별 순환근무를 하며 농어촌 환자들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공보의가 차출된 김천, 영천, 예천, 문경, 봉화, 안동, 등도 공백이 생긴 농어촌 보건지소에 대해 순회진료 및 요일별 순환근무 등으로 공백을 메우는 파행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보건지소 관계자는 “보건지소가 있는 농어촌은 의사 한 명이 절실한 곳이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이 불편과 불안은 더 할 수밖에 없다. 공중보건의 추가 파견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농어촌 의료 공백은 지금부터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봉화군 주민 A씨는 “시골 지역에는 가뜩이나 병원과 의사가 없어 보건지소에 의지해 살아가는 데 보건지소의 공보의마저 빼가면 우리 시골사람들은 어떻게하냐”며 “대도시 시민들만 국민이고 우리 같은 농어촌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황기환·권진한·최길동·박문산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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